마더김혜자,원빈,진구 / 봉준호
5월부터 쏟아지는 영화들 사이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'마더'이다. '봉감독'이 만드는 영화에 '김혜자'와 '원빈'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했는데, 살인누명을 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엄마 얘기란다. 안 볼 수가 없지.
얼결에 본 글 중에 스포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측할 수 있는 말을 보긴 했으나 그게 중요했던 것 같지는 않다. 봉감독의 전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므로. (그것보다 내게는
박카스가 훨씬 더 큰 충격이었다.)
도입부에서 김혜자가 들판에서 라틴 음악과 함께 춤을 춘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했었다. 광기가 어린듯 웃으며 격렬하게 덩실덩실 춤을 추지 않을까 상상했으나, 실제 영화에서는 넋이 나간듯 힘없이 너울너울 추는 장면이었다. 그렇지. 보고 난 후의 생각이지만, 저 영화의 엄마에겐 본인의 감정 해소를 위한 격렬하고 과격한 행동은 어울리지 않는다. 조용하게 타오르는 느낌의.. 엄마들 사이의 관광버스 춤이라던가 가 어울리지.(관광버스 춤이 과연 조용한가는 일단 접어두자 -_-;)
그에 이어서 타이틀이 뜨는 장면은 정말이지 굿 -_-b
영화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두 가지. 위에 언급된
박카스이고, 다른 하나는
결국 엉뚱하게 범인으로 잡혀버린 애한테 가서 '넌 엄마가 없니?' '엄마가 없어?' 하면서 우는 장면이다. 저 대사 한 마디에 얼마나 함축적인 의미가 들어있을까.
엉뚱하게 잡힌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이 10%쯤 있다고 하면 나머지는
'아, 얘는 무죄를 주장하고 나처럼 뛰어다닐 -범죄은닉까지 할- 엄마가 없구나.' 하고 안도하는 것이지 않았을까. 그래서 그런지 나는 저 장면이 왠지 섬뜩하더라.
김혜자의 압도적인 연기와 원빈의 어수룩하고 바보 같으면서도 알 거 다 안다는 듯한 연기로도 볼 가치가 있다.
덧붙여서 OST 정말 좋았다. 오랜만에 음반 사러 가게 되지 않을까.